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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미 장르 소설 단평 - [가짜 경감 듀], [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], [에너미 마인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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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-07-03 12:2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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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[가짜 경감 듀] by 피터 러브시

[유부남인 치과 의사 월터를 사모하는 상상력 풍부한 꽃집 점원 앨마. 두 사람은 월터의 아내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호화 여객선에 오르지만,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. 설상가상으로 월터는 전설적인 경감 듀로 오인받아 수사까지 맡게 되는데......] - 1982년에 나온 피터 러브시의 [가짜 경감 듀]는 아내를 살해하려다 전설적인 경찰로 오해받은 주인공의 사건 수사를 다루는 선상 미스터리 작품입니다. 얼마 전에 [밀랍 인형]으로 피터 러브시를 처음 접하고 나서 이 작품도 궁금해 읽어봤는데, ([밀랍 인형]도 그랬지만) 20세기 후반기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 미스터리 황금기 시절을 떠올리는 무대 설정이 매력적입니다. 그러면서 마지막의 변주를 통해 고전적인 추리극에 현대 소설에서 볼 법한 세련미를 더하는 솜씨가 특출나고요. 마지막 전개의 임팩트는 [밀랍 인형] 쪽이 훨씬 더 뛰어나다고 보지만 이 소설도 나름 좋게 읽었습니다.

2. [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] by P. D. 제임스

[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중퇴한 잘생긴 청년 마크 칼렌더는 곱게 자란 젊은이답지 않게 입술에 희미한 립스틱 자국을 남기고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된다. 공식 평결은 자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부유한 마크의 아버지는 풋내기 탐정 코델리아를 고용해 자기 아들을 자살로 몰고 간 원인을 찾아내라고 지시한다. 그러나 코델리아가 발견한 것은 은밀한 범죄와 수치스러운 죄악의 비틀린 흔적, 그리고 고비마다 충격을 던져주는 짙은 살인의 냄새인데......] - 1972년에 나온 영국 작가 P. D. 제임스의 [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]은 여자 탐정 코델리아 그레이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서, 새로운 유형의 여성탐정 캐릭터를 정립한 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. 여자 '' 캐릭터는 이미 애거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이 전례로 남아 있지만, 여자 '사립탐정'이 제대로 활약하는 작품은 아마 이 소설이 최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. 수수께끼를 물고 늘어지다 위험에 처하기까지 하는 주인공의 수사, 그리고 지저분한 진상으로 나아가는 전개 자체는 여타 사립탐정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석적인 재미를 보장합니다. 아울러 이 작품은 엉겁결에 초자 탐정이 된 주인공이 편견 어린 시선을 거스르고 사건에 도전하는 성장물이기도 해요. 코델리아라는 탐정 캐릭터가 나쁘진 않았기 때문에 시리즈 후속작도 기회가 되면 읽고 싶습니다.

3. [에너미 마인] by 배리 B. 롱이어

[지구인과 외계 종족 드랙인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, 지구인 데이비지와 드랙인 쉬간이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에 불시착한다.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았다가 어느덧 친밀한 관계가 된 둘은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문화를 알아간다.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임신 상태였던 쉬간의 출산이 다가오지만, 불행히도 쉬간은 아기를 낳다가 죽고 데이비지 혼자 외계인 아기를 키워야 하는데......] - 미국 SF 작가 배리 B. 롱이어가 1979년 발표한 [에너미 마인]은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과 외계인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로, 권위 있는 SF 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, 그리고 로커스상을 역대 최초로 동시 석권한 작품입니다. 200페이지 남짓한 소설이라 장편이라기보다 중편에 가까운데, 그 제한된 분량 안에서 가슴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전개가 돋보입니다. 철천지원수 같은 두 캐릭터의 다소 개그스러운 조난물로 시작했다가 점차 둘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고, 종국에 가서는 문화 차이와 이념마저 초월한 (또한 부성애까지 자극하는) 사랑 이야기로 나아가는 부분이 퍽 감동적입니다. 하드하지 않고 적당히 읽을 만한 SF를 찾는다면 추천합니다.
- 별점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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